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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살고 싶어요에 대한 답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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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안녕하세요 그만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요 예전에는 이런 저런 일들로 살기 힘들어서,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죽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그만 살고 싶습니다. 삶에 목표도 없고 미련도 없고 의미도 없고 하루 하루 왜사나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자 마음먹었다가도 금새 해서 뭐해 하고 안해버립니다. 모든 일이 부질없다고 느껴집니다. 근데 또 성격상 그냥 저냥 살지는 못하겠어요 죽지 못해서 살고는 있는데 저 무의미함이 너무 힘들어요 주변에 말도 해봤지만 다들 그런 생각하면 안된다고만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고 그런 기분이 드는걸 어쩌겠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해결법이야 말로는 간단하죠 삶에 의미를 찾고 목표를 정하고 재밌게 살면 됩니다. 알아요. 근데 그게 안되는걸요...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데 지금 하는거라곤 숨쉬는거 뿐이라 사는걸 그만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그만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요 예전에는 이런 저런 일들로 살기 힘들어서,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죽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그만 살고 싶습니다. 삶에 목표도 없고 미련도 없고 의미도 없고 하루 하루 왜사나 싶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자 마음먹었다가도 금새 해서 뭐해 하고 안해버립니다. 모든 일이 부질없다고 느껴집니다. 근데 또 성격상 그냥 저냥 살지는 못하겠어요 죽지 못해서 살고는 있는데 저 무의미함이 너무 힘들어요 주변에 말도 해봤지만 다들 그런 생각하면 안된다고만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고 그런 기분이 드는걸 어쩌겠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해결법이야 말로는 간단하죠 삶에 의미를 찾고 목표를 정하고 재밌게 살면 됩니다. 알아요. 근데 그게 안되는걸요...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데 지금 하는거라곤 숨쉬는거 뿐이라 사는걸 그만하고 싶어요
답변 :
안녕하세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두형 입니다.
글쓴이님의 아픔을 감히 알고 또 이해한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그 깊은 상처와 괴로움을 어느 누가 충분히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저 그 간의 삶, 그 마음을 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믿으며 살아오신 세월에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응급실이 운영되는 대형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지내다 보면 종종 자살 시도를 한 상태로 병원을 찾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체적 위협에 대해서는 응급의학과에서 조치를 하는 동안 치료에 거부적인 환자분들을 설득하고, 입원을 거부하는 경우 가족들과 이를 어떻게 다시 방지할 지를 상의하고... 자살이라는 행동 자체에 신경을 쓰고, ‘자살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끊임없이 면담을 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죽는 게 나아요’ 라 말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 할지도 모르지 않을까요’ 라 공허한 위로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전문의가 된 이후로 죽음, 자살에 대한 생각에 몰입하며 힘들어하는 분들과 면담을 반복하며 점차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은 병든 마음의 증상일까, 자살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자살을 떠올리는 그 병을 치유하면 죽음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사라질까.’
자살이나 죽음도 일종의 선택이다, 그래도 된다는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생각을 통해 마음이 내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인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자살을 떠올리는 마음이 전하려는 진짜 의미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고민했던 것입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은 한 생명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욕구일 것입니다. 이마저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은,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고, 그만큼 그간의 삶이 힘들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러한 자살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외의 행복이 아닌 마음들, 예컨대 불안, 우울, 두려움, 슬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자기비하, 관계에 대한 어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을 ‘병’, ‘없애버려야 할 문제’ 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내 마음의 기본적인 상태, ‘정상’ 상태는 어떠한 부정적인 현상도 없는 행복한 상태이고, 아니 그래야만 하고, 이에 벗어나는 것들은 ‘비정상’, ‘교정하고 수정해야 할 문제’ 로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마음속에서 성공적으로 제거해야만 비로소 나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그 ‘회복된 정상 상태’ 가 되어야만 다음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평소 우리가 마음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이에 대해 수용과 참여의 심리 치료 (수용 전념 치료,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제 2판, 시그마 프레스) 1장의 내용을 인용할까 합니다.
‘ 그 어떤 외적인 것도 괴로움 없는 삶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탁월한 외모, 자애로운 부모님, 모범적인 아이들, 경제적인 안정, 사려깊은 배우자 등 외적인 성공을 평가하는 데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을 때조차도 우리 인간은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 있다. 인간은 따뜻한 곳에서 잘 먹고, 쾌적하게 지내고, 신체적으로 건강하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비참하다고 느낄 수 있다. (p.3)’
‘ ... (자살에 대한) 평생 발병률에 대한 연구는 모든 사람의 약 10%는 어느 땐가는 자살 시도를 할 것이며 다른 20%는 자살 생각과 싸우다 결국은 자살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계획과 방법을 생각해 낼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 그래서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은 살아가는 동안 중간 정도에서 심각한 정도에 이르는 수준의 자살 위험성을 겪게 될 것이다. 자살 위험성을 `비정상`으로 본다면 이 수치는 설명이 잘 안 될 만큼 충격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p.14)’
‘ 고통을 없애서 괴로움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 존재는 불가피한 도전들을 안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처를 입을 것이며,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사실 언젠가는 모두 죽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아프기도 할 것이다. ...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배신할 것이다. (p.24)’
‘ 모든 인간은 다 아파한다. 사실상 `비정상적인 것` 이 정상이다. (p.16)’
‘ ACT (수용전념치료) 접근에서 건강한 삶의 목표는 `좋은` 느낌을 갖고 사는 것이 아니라 좋을 때는 좋은 것을 `느끼는 것`이다. (p.29)’
우리는 종종 괴로움, 특히 과거에 연이 닿아있는 괴로움을 해결해야지만,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그 괴로움을 유발하는 증상을 없애야지만 다음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이를 제거하거나 외면하려 합니다. 그러나 과거를 바꾸거나 힘든 기억들만을 도려낼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이러한 시도는 종종 벽에 부딪히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좌절합니다.
그러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포함하여, 해결되지 않는 괴로움, 슬픔을 마주하는 것은 내 인생이 엉망이거나 나의 마음 어디가 잘못되었기 때문, 또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마음속에 생겨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완벽하지 않은 삶에 괴로움이라는 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또 지금 그러한 삶의 일면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힘들고 싶어 힘들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글쓴이님이 겪으셨던 고통들 역시 글쓴이님의 잘못, 보다 정확히 말하면 글쓴이님의 의도 때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포함하여, 가슴 아픈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바라봐주고, 알아차려 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팠었고, 그리고 지금도 아파하는 구나. 심지어 때로는 삶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많이 아프기도 하구나.’ 라고, 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해 준다면 어떨까 합니다. 나는 지금 ‘행복해지기 위해 괴로움이라는 병을 치료해야 하는’ 상태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지금의 마음 그 자체로 내 마음임을 나 스스로 먼저 받아들여주고 보듬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도 힘드시겠지만, 그리하여 마음 한 켠에 아주 자그만 여력도 없으실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가끔 마음의 여유가 깃드는 날에는 한 번쯤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힘든 마음, 과거의 아픔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를 향하기 위해 오늘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은 어떤 것인지...
불안과 우울이 심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불편하기 때문에’ 진료를 받는 것도 그 한걸음이 될 수도 있겠고, 묵혀둔 논문을 용기 내어 다시 꺼내 보는 일도 그러한 일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가치관을 걷어내고 곰곰이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이야기에는 굳이 지나친 시선을 두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도 나를 나 자신만큼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네 마음은 그럴만 해.’, ‘넌 괜찮아.’ 라는 인정과 확인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어떠한 슬픔도 걱정도 없는 상태가 정상이고 행복한 것이며, 그러기 위해 괴로움이란 엉킬 대로 엉킨 실타래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관점은 우리의 마음을 끊임없이 괴로움의 주위를 맴돌게 하기도 합니다. 그 보다는 비록 (심지어 나의 잘못이 아니었던) 괴로움이 때로 내 마음을 찾아오더라도, 슬플 때는 슬픔을, 기쁠 때는 기쁨을 온전히 느끼며, ‘행복한 상태가 되기 위해서’ 라기 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담담히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그 일상에 작은 평안과 소소한 행복이 깃드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은 기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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